JK_recollection

신병 훈련소에서 행군중에 있었던 이야기 본문

m e r c y

신병 훈련소에서 행군중에 있었던 이야기

despoir 2013. 1. 7. 18:20

제가 육군 신병 훈련소에 있었을때 이야기 입니다. 

 

보충대를 입소할 당시에 나는 위염으로 인해 몸이 상당히 말랐었다.

훈련소 소대 담당 내무조교는 멍때리는 내 모습과

빠르게 판단하지 못하는 행동들로 인해 내가 많이 어리버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동기들보다 나이도 많고 어리버리한 내가 행군을 한다고 하니

소대 담당조교는 나를 걱정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기운도 없어보이고 눈빛도 죽어 있었으니 말이다.

완전군장(장총,군장,방탄모,수통 등)을 하게 되면 장비 무게가 총 20키로 이상 무게가 나간다.

군장 하나 메는 것도 힘들어서 낑낑대는데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마치 눈빛속엔 나를 비웃는것 같았다."잘 할 수 있을런지..쯧쯧.."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충분히 하게끔 명령한다.

특히 가다가 쓰러질지도 모르니 소금이 들어간 무국을 많이 먹으라고 한다.

밥맛은 없지만, 혹시 쓰러지기라도 할까봐 무국을 후루룩 마셨다. 

 

20키로 행군은 만만치가 않았다. 행선지를 알 수도 없고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긴 행렬..

훈련병들 모두는 조교들의 인솔하에 완전군장을 한채 걷고 있었다...

그런데 해가 진 무렵,, 언덕길에서 친한 소대 동료가 못걷겠다며

점점 뒤쳐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혼자 걷다가 곧 낙오될 것 같아 나도 점점 발걸음을 늦췄다.

암흑속에서 내 자신조차 추스리기 힘들어 앞도 보기 힘들때
나는 그 전우가 쳐지는 것을 보고 모른채 걸어갈 수 없었다.

나도 힘든 상황속에서 도울 수 있는 더 큰 에너지가 생겨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때 전우를 붙잡으며, 그 전우의 총대를 하나 더 메었다.

그리고 힘든 상황속에서 그 전우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미골이형....."(훈련소때 별명)
그때 깨닳았다. 내겐 총대 하나를 더 메는게 두렵지 않다는 것을..

 

그렇게 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계속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군악대의 나팔소리가 들렸다.

군악대의 나팔소리가 우리가 행군을 마쳤음을 축하하고 있었고,

소대 내무실에 도착했을때,,

전투화를 벗자 발바닥과 발가락이 너무 아팠다.

양말을 벗자,,내 발바닥은 커다란 물집이 까져서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지만,

소대 담당 조교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이제 끝났습니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